본문 바로가기

세상 사는 이야기

가슴이 답답한 20대, 그들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30,40,50대

(* 글을 시작하기 전에, 이 글은 스크롤의 압박이 예견됩니다. 써내려가기 전부터, 장황해질 것 같은 느낌이 무럭무럭 자라는 글이니, 장문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그냥 과감히 닫으시는 것도 무방하지 않을까 합니다.)

다음을 통해, 한 젊은이의 답답한 마음의 토로를 보았다. (원본글:20대는 배부른 집단이 아닙니다.)

최근 젊은이들이 사회 현실도 모른채, 높은 연봉만을 바라며, 박봉에 고된 작업을 등한시하려 한다는 기사글에, 울컥. 했나보다.

어찌보면, 나는 이 친구의 글에 대해 달리 해줄 말이 없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라고는, 고작

힘내시게나, 화이팅!

이 정도가 전부이지 않을런지.

아, 하고픈 말들을 써내려가기 전에, 먼저 내 스스로를 밝히고 시작하는 것이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난 공대를 졸업하여, 허접한 게임 개발 회사에 들어갔다가,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했던 SI 회사를 지나, 중견 IT 회사를 거쳐, 지금은, 내 마누라님과 결혼을 하겠다고 캐나다로 넘어온 상태이다.

직장 생활 7년 정도에, 30대에 방금 진입한, 어찌보면, 20대와 30대 사이에서 박쥐처럼 움직일 수도 있는 나이가 현재의 나이다.
(병역특례로 군대를 대체했으니, 나이가 안맞는다는 소리가 안나오길 바란다. 그리고, 누구씨 처럼 병특을 날라리로 하기에는 아무런 빽도 없었기 때문에, 군소리 없이 월급을 안줘도 꿋꿋하게 그 시절 넘겼으니, 내 병특 생활에 대해서 떳떳한 몸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경제학이니, 경영학이니 하는 부분이나, 사장이랑 머리 맞대고 현재 상황을 타개할 묘책을 찾는다며 머리를 굴려본 경험이 있는 관계로, 딱히 한쪽 편만 들기에는 머리가 좀 굵어져버렸나보다.

일단, 편하게 현재 20대 취업 준비생들보다 살짝은 나이가 많으니, 간단히 동생들에게 해주는 말로 이해해주고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너희들 힘든거 맞다. (* '너' 혹은 '너희'라는 지칭 때문에 감정 상한다면 이해해주길 바란다. '자네'라고 하기에는 내가 너무 젊다는 생각이 들고, '당신'이라고 글을 쓰면, 편하게 글을 쓰기 힘들고, .. 들고 들고... 해서 그냥 동생한태 이야기 하듯이 '너'와 '너희'를 쓰는 것일 뿐이니까.)
특히, 취업이 안되서 피말리는 상황인거, 예전같으면 몰랐을 법한 부분이었지만, 나도 겪어보니, 그거 그리 쉽게 넘어가는 이야기 아니라는거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힘이 드니, 기왕하는 취업 좀더 많이 받았으면, 좋은 기업 들어가서 좋은 대우 받았으면 하는 바램인거, 이해도 되고, 한편으론 씁쓸한 마음에 소주잔에 차디차고 쓰디쓴 소주 가득 부어주며, '그래, 그런 날이 올거야'라고 다독거려주고도 싶다.

그래, 너희들이 뭘 그리 크게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들 그리 할말들이 많다고 가뜩이나 취업에, 말라가는 자금 사정으로 정신적으로 벼랑끝에 몰리는 너희들에게 돌팔매를 하고 있을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말을 하는 사람들도 나름대로 할말들이 있는 것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에 다니면서 지겹도록 들은 이야기가 바로 3배수 법칙이다.

뭔 소린고 하니, "자기 연봉에 3배의 매출을 낼 수 있어야 똔똔이다"라는 말이란다.

즉, 연봉 3천이면, 자기 한사람으로 연간 매출이 9천이 나올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란다.
그게 최소란다. 그러니, 3배 이상을 하는 사람이어야 비로소 회사에 '기여'를 하는 사람이라는 말이란다.

그렇게들 이야기 하면서 늘, 직장인들에게 주는 눈총이, '너 밥값은 하고 있냐?'라는 물음이다.

프로그래머로서의 입장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 모든 직장인들이 항상 받아야 하는 질문일테니까.

직장 초입에 그렇게 꾸지람을 들어가며 눈총을 받아가면서도 회사가 힘들어 월급이 제때나오지도 않는 시간을 보내며, 어느덧 나도 면접관으로 신입사원 면접을 볼 기회가 있었다.

면접이라는게, 종이 몇장과 사진 한장, 그리고 길어봐야 1시간 정도의 대담을 통해 한사람의 '가격'을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항상 평가를 당해야 하는 입사 희망자는 불리할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인건 누구나 다 알꺼야.

그렇게 면접을 보면서, 신입으로 입사 희망하는 사람들의 희망 연봉이 그 시절에 2천만원이었다.

내가 그 당시에 직장 생활 3년차였는데, '명목상' 연봉이 1600이었거든.
(작은 회사라서 더 그랬고, 그나마도 월급이 제때 나오지도 않았었다.)

그래서, 내가, '1400 정도 줄 수 있는데 괜찮겠습니까?' 라고 했더니, 그 면접보던 친구 피식, 하며 썩소를 한번 날려주고는 그날 면접 땡쳤어.

"그 돈으로 생활이나 가능합니까?"

나한테는 그렇게 와닿던 비웃음이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그정도 대우는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을텐데, 이쪽에서 제시하는게 너무나도 적었던 걸꺼야.

나 역시도, 금액 이야기 하면서 참 미안했던 것도 사실이었지.


그때나 지금이나 상황은 비슷해보여, 다만 차이가 있다면 숫자가 다를 뿐,

회사 다니는 사람들은 언제나 박봉이고, 직장 구하는 사람들은 최소한도의 요구 금액보다도 적은 제시 금액에 기분 상하고, 경영주는 사람들이 월급을 '터무니 없게 부른다'고 툴툴대고.


지금 너희들에게 '희망 연봉이 너무 과하다'라고 말하는 건,
'너희 주제에 그런 금액은 꿈도 꾸지 말아라'라고 말하는게 아니야. 꿈이 큰게 무슨 죄도 아니고, 누구나 '1억 연봉' 꿈꿀 수 있는거 잖아.

다만, '희망 연봉'과 '현실 연봉'의 차이가 있을 때, 자신의 '희망 연봉'만 고집 피우면서, 아무런 일자리도 잡지 않고 있는 '일부' 구직자들이 문제라는 말이라는거 알잖아.

그저, 당장 직장을 구해야 하는 시점에서, 자신의 희망과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클 경우에 어떤 식으로 대처하는 것이 옳겠는가 하는 부분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나, 어르신들은,
일단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아무것도 안하고 그저 높은 연봉을 줄 수 있는 대기업이나 공기업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보다는 낳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잖아.

누구는 그렇게도 말하지, 처음 연봉을 너무 적게 잡으면 연봉 올리는게 너무 힘들다고.

그것도 맞는 말이야.

반대로, 구직으로 시간만 계속 흘려보내는 것보다는, 박봉이라도 경력을 쌓으면서 연봉을 올리는 것 역시 나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해. 특히나, 한쪽에서는 계속해서 일할 사람 없다고 그러는데, 청년실업률은 높게 나오니, '일부' 어르신들 보시기에는 철없는 것들이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다. 라고 단언을 하시는 거, 이해할 수 있잖아?

힘내라고, 언젠가는 볕드는 날이 오지 않겠어.


한없이 작아지지 말아.

자신이 현재 받는 연봉이 자신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어서는 안되잖아.

자기가 받는 연봉에 자신을 맞추지 말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자신의 열정과 꿈에 자신을 맞추면, 연봉은 따라서 오겠지.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데, 글이 너무 길어졌다.
게다가 주저리주저리가 되어놔서, 글이 좀 그렇네.

담에는 좀 정리를 해서 써볼께.


힘든 나날들을 넘어갈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하자고.